가을 축제를 한 달 앞두고, 전남광주 상표 분쟁 가운데 가장 흔한 장면이 시작됩니다. 행사장 길목의 작은 디저트 가게가 새 간판을 겁니다. 축제 이름 뒤에 '빵집'을 붙인 이름이었죠. 축제가 열리면 손님이 찾아오기 쉬울 거라는 계산이었습니다. 몇 주 뒤 가게로 내용증명이 한 통 옵니다. 축제 이름이 이미 상표로 등록돼 있으니 사용을 멈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가게는 무엇을 놓쳤을까요. 그리고 축제를 여는 쪽은 이름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같은 사건을 양쪽에서 나눠 봅니다.
축제 이름은 누구의 것인가
축제 이름은 생각보다 자주 상표로 출원됩니다. 지자체나 축제 추진 단체가 행사 브랜드를 지키려고 내기도 하고, 행사와 관계없는 사람이 먼저 내기도 합니다.
업무표장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업무를 하는 자가 그 업무를 나타내려고 쓰는 표장을 말합니다. 축제를 여는 공공 주체는 업무표장이나 일반 상표로 행사 이름을 등록해 둘 수 있어요. 축제 이름을 단 기념품이나 먹거리를 직접 팔 계획이라면, 그 상품을 지정한 상표등록이 따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관계없는 사람의 출원을 막는 장치도 있습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3호는 국가·공공단체나 그 기관의 비영리 업무나 공익사업을 표시하는 표장으로서 저명한 것과 같거나 비슷한 상표를 등록받을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명한' 정도에 이르렀는지는 사안마다 따져야 해서, 이제 막 시작한 축제라면 이 조항만 믿기 어렵습니다.
간판을 단 가게는 무엇을 확인했어야 했나
가게 쪽에서 보면 확인할 순서는 단순했습니다.
1. 축제 이름이 상표로 출원되거나 등록돼 있는지 조회한다
2. 등록돼 있다면 지정상품에 빵·과자류나 카페 서비스가 들어 있는지 본다
3. 들어 있다면 주최 측에 사용 허락을 받을 방법이 있는지 묻는다
4. 허락이 어렵다면 축제 이름을 뺀 고유한 이름으로 간판을 정한다
이 순서를 간판 제작 전에 밟았다면 내용증명도, 간판을 다시 다는 비용도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축제 이름을 앞세운 상호는 등록 여부와 별개로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축제가 끝나면 손님이 그 이름을 가게로 기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축제를 여는 쪽은 언제 출원해야 할까
행사 이름이 처음 공개되기 전입니다. 홍보물에 이름이 실리는 순간부터 같은 착안의 출원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서 옛 광주광역시와 전남의 행사들이 새 행정명을 달고 다시 기획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새 이름을 정할 때는 상표 조회를 시안 단계에 끼워 넣는 것이 안전해요. 기념품, 먹거리, 온라인 판매까지 이어질 행사라면 지정상품을 행사 운영 서비스에만 묶지 말고 실제로 팔 품목까지 넓혀 두셔야 합니다.
지역 상인과 함께 쓸 이름이라면 단체표장도 검토할 만합니다. 단체표장은 생산자나 상인이 함께 세운 법인이 소속 구성원에게 쓰게 하는 표장이에요. 누가 쓸 수 있는지를 정관과 사용 규칙으로 정해 두면, 이번 디저트 가게 같은 다툼을 미리 줄일 수 있습니다.
축제 이름을 꼭 쓰고 싶은 상인이라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표권자에게 사용 허락을 받으면 됩니다. 상표법은 상표권자가 다른 사람에게 등록상표를 쓰게 하는 통상사용권을 설정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축제 주최 측이 지역 상인과 함께 행사를 키우고 싶어 한다면, 사용 기간과 품목, 표시 방법을 정해 허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락을 받을 때는 세 가지를 문서로 남겨 두세요. 어느 상품이나 서비스에 쓸 수 있는지, 축제 기간에만 쓰는지 상시로 쓰는지, 간판과 포장에 어떤 모양으로 표시하는지입니다. 말로만 허락받으면 담당자가 바뀌었을 때 같은 문제가 다시 생깁니다.
또 하나, 축제 이름은 내 가게를 알리는 장식으로 쓰고 가게 이름 자체는 따로 두는 방법이 오래가는 길입니다. 행사는 해마다 바뀔 수 있지만 가게 이름은 계속 남으니까요. 가게 고유의 이름을 먼저 정하고 그 이름을 상표로 출원해 두면, 축제와 관계없이 쌓이는 신용이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이미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당황해서 간판부터 내리기보다, 상대 등록의 지정상품과 등록일, 내가 그 이름을 쓰기 시작한 날을 먼저 확인합니다. 지정상품이 내 업종과 다르면 침해가 아닐 수 있고, 상대 출원 전부터 꾸준히 써 왔다면 계속 사용을 주장할 여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 주장은 요건이 까다로워 자료가 필요합니다. 답변은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승지로펌특허사무소는 축제·지역 행사 이름을 다룰 때 주최 측이든 상인이든 등록 상태 조회부터 합니다. 이름을 지키는 쪽이라면 공개 전 출원과 지정상품 설계를, 이름을 쓰려는 쪽이라면 허락 범위와 대체 이름을 함께 봅니다.
간판을 바꾸기 전, 혹은 행사 이름을 발표하기 전에 한 번만 조회해 보세요. 이름 후보를 보내 주시면 승지로펌에서 등록 상태부터 확인해 드립니다.
이 글의 사례는 상담에서 자주 보는 유형을 재구성한 것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조문은 2026년 11월 기준입니다.
